수능을 망쳐서 매우 심난할거라고 생각해 나도 작년에 그랬거든.
뭐 망치지 않았어도 그 성적으로 갈 대학들이 네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재수를 한다고 결심했겠지.
난 재수를 나름 성공적으로 끝냈어. 주변의 친구들과 비교해도 나보다 잘 된 놈은 소문도 듣기 힘들어.
그냥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써 볼게.
1.독학재수란
난 쌩 독학을 해서 학원재수를 잘 몰라. 하지만 학원재수를 하다가 중간에 나온 애들이나, 재수 삼수를 하면서 학원 독학 둘 다 경험한 사람들의 말이나 종합해보면 독학은 학원재수보다 적어도 두배는 심적으로 괴로워. 일단 외롭기 때문이지.
학원재수가 외롭지 않다는 말은 아니야. 하지만 적어도 대화는 할 수 있자나?
하지만 독학재수는 그 누구와도 얘기를 못해.
정말로 난 두 달 동안 입밖으로 소리 한 번 못내본 적도 있었어.
그래서 사람들이 독학을 비추천하는 이유의 가장 근본적인 점은 외로움이야. 외로움에 지쳐서 정신이 나약해지고, 결국 쉽게 포기하게 되지.
물론 독학하는 사람들 모두가 처음엔 독학을 껌으로봐. 내가 성공한 소수의 사람이 되주겠다. 강력한 의지력으로 극복해주겠다.
다 그래. 하지만 그중90%는 중간에 맥이 풀려버려. 독학은 그만큼 위험해. 처음부터 네가 꾸준히 공부를 하는 사람이거나, 절대 뭔가를 포기해본 적이 없는 그런 사람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네가 그렇다면 좌절갤에 있지는 않겠지? 독학으로 성공하려면 일단 규칙이 중요해. 나는 이 때 자고 이 때 일어나겠다. 나는 이때는 이걸 공부하고 저때는 저걸 공부하겠다.
이때 밥을 먹고 이때 잠깐의 휴식을 하고 등등. 사례를 들어줄게. 나는 맨 처음 6월까지는 11시에 자고 5시에 일어나는 게 원칙이었어.
6월까지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켰지. 그 이후로 자는 시간을 줄여서 며칠 정도 일어나는데 실패하거나 늦게 자는 적이 있었지만, 아마 다 합쳐도 20일이 안될거야. 대게는 규칙을 지키면서 생활했고, 이게 습관이 되면 나도 모르게 그 시간에 알맞은 일을 하고 있어.
하지만 똑같이 독학을 하는 내 친구는 규칙을 만들지 않았지.
나보고 딱딱하게 공부하다간 금방 지친다고, 자기는 창의적으로 공부한다고 했어.
녀석의 생활리듬은 정말 뒤죽박죽이었지.
결국 6월 모의고사를 보고 완전히 풀려버렸고 매일 놀러다녔어.
9월모의도 망했고 그 녀석은 그 때부터 삼수를 한다고 결심하더니 계속 놀았지.
결국 수능은 창의적으로 망했어. 작년보다 더 못봤지. 수능이 끝나고 걔랑 전화를 하는데 내가 성공했다는 얘길 들으니까 애가 엄청 후회를 하면서 울 것 같은 목소리를 내더니 끊어버리더라.
물론 이건 좀 극단적인 예야. 하지만 그렇게 찾기 힘든 사례도 아니야.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독학에선 규칙이 제일 중요해 그 무엇보다도.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규칙은 지켜야해. 대게는 자신의 의지만으로 규칙을 완전히 지키긴 어려워. 그래서 제약을 만들어놔야해.
난 형한테 내가 하루라도 늦게 일어나면 그 만큼 만원을 준다고 했어.
그래서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어났었지.
2.얼마나 공부해야 할까.
처음부터 많은 공부를 하는 건 정말 어려운거야. 일단 습관이 안 되 있거든.
수능끝나고 어지간히 놀았자나.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면 정말 공부하기가 싫어. 내 스무살은 왜 이러고 있을까. 좌절감이 장난이 아니지.
OT에 가고, 애인을 사귀고, 이리저리 놀러다니는 대학 간 친구들의 얘기들.
대학을 안가더라도 20살의 인생을 즐기고 있는 애들의 소식들.
모두 한층 더 나를 자괴감에 빠뜨렸지. 난 거기다가 미래에 대한 분명한 생각도 없어서 더 힘들었어.
대부분은 미래를 위해 1년을 투자하니까 참으라고 하지만, 알자나 여긴 좌절갤러리야.
난 미래를 위해 재수를 시작한 게 아니고 내 자존심 때문이었거든. 사족은 집어치우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부러운 건 부러운거야. 진짜 미치도록 부러워.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같이 놀고싶고, 성인도 됬겠다 죽도록 술 퍼먹고 싶고.
거기다가 독학이면 재수학원의 공부에 불타는 분위기도 느낄 수 없어서 한층 더 괴롭지. 혼자서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혼자 집에 돌아와 잠든 다는 건. 다시 생각해도 끔찍해.
희망적인 말은 하지 않을게 재수는 끔찍해. 특히 독학재수는 욕밖에 안나와. 그리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걱정과 불안,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수가 없지. 근데 성적은 그 고통들에 비례하는 것 같아.
그리고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재수가 끝나고 난 뒤의 고통이 더 심하지.
결론적으로 얼마나 공부해야 하냐면, 네가 진짜 미쳐버리고 싶을 때까지 공부해야돼. 그럼 성공해. 공부하다가 코피가 나고 토를 하고, 눈물이 나올 정도로 공부하면 돼. 진짜 나는 정말로 공부하기 싫어서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혼자 울었거든.
. 근데 울다가도 어쩔 수 없자나 하고 다시 공부를 했어. 구체적인 숫자로 말해줄게.
난 2~3월달은 하루에 12시간 정도로 공부했어. 3월달부터 6월달 까지는 하루에 15시간. 7~8월달은 좀 풀려서 7~8시간 많으면 10시간 이렇게 밖에 안했지. 그리고 9월부터 수능 일주일 전 까지 하루에 16~18시간씩 공부했어. 난 고3때 그리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어. 8시간 하면 많이 한 거였지.
그리고 올해 인내의 괴로움이 뭔지 진짜로 깨달았지. 이 고통들을 인내하고 나서 "아, 난 인내심적인 면에 있어선 성숙했다. 올해 얻은 건 있다." 이렇게 느끼면 넌 성공할꺼야.
3.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이건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듯이 사람마다 달라. 근데 뭐니뭐니해도 최고는 꾸준함이야.
그리고 독학이라고 해서 무조건 책으로만 공부하지 말고 인강은 필수로 들어. 그냥 책으로 공부한것과 인강을 들어서 공부한 것의 성적상승폭의 차이는 꽤 크거든. 인강 선생은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해.
맛보기 강의를 대게는 3강까지 틀어주는데, 그런 것들을 들으면서 이 선생의 수업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겠다. 이런 선생을 골라. 많은 선생들을 비교해보고 말이야. 그리고 한 번 선생을 정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선생의 수업만 들어. 괜히 중간에 바꿔 갈아타지마.
예를 들어 난 외국어로 이충권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주변에서 많은 욕을 먹는 분이셨지. 사교도다, 학생들 돈만 뜯어 먹는다, 이충권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솔직히 불안했지. 근데 난 재수를 한 선배의 충고를 들었어. 절대 선생을 바꾸지마라. 그 선생의 모든 걸 흡수해라 그럼 된다. 진짜더라고. 참고로 난 외국어 1등급이다. 작년엔 3등급이었어. 그리고 기초를 네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해서 절대 소홀히 하지마. 기초는 쉬운 게 아니고, 중요해서 기초야. 아무리 알고 있는 거라도, 보고 또 봐야돼. 어떻게 생각하고 공부해야 하냐면, 네가 이 것들을 공부한 다음에 설명해서 과외를 할 수 있게 만들겠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공부하면 돼 목표도 그렇게 잡고. 난 올해 가장 열심히 한 게 외국어 공부인데, 진짜 외국어 과외하면 내 학생 1등급 만들어 줄 자신 있어. 수능에서 외국어 다 풀고 15분 남았었다.
4. 매 달 찾아오는 새로운 유형의 괴로움과 깨달음.
12월~1월. 뭐 이때 괴로움이라면 재수를 할까 말까나,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1년을 버틸까. 그래도 대부분은 놀고 있지. 그래 이때는 놀아야돼. 안 놀면 정신병걸린다. 굳이 공부를 해야 한다면, 수학을 해. 이때는 수학을 건드리는 게 제일 좋아. 물로 내생각이야. 네가 제일 부족한 과목을 보충해 이때는.
2월. 이제 대학에 합격한 애들이 나오지. 2월 후반에는 애들이 OT도가고. 친구들이 여행도 많이 가지. 근데 잊지마. 재수의 시작은 2월부터야. 3월부터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재수생은 2월부터 시작해. 경쟁은 시작됬어. 네가 걱정해야 할 건 70만 전부의 수험생이 아니라, 상위권을 다투고 공부에 미친, 아니 적어도 열심히라도 하는 10%의 사람들이야.
여기서부터 빡세게 할 필욘 없어. 왜냐면 첫 시작이니까. 그냥 네 공부 할 수 있는 최고 한도를 해. 말했지 난 이때 12시간을 했어. 이게 그때 내 최고한도였어. 난 공부는 서서히 늘어가는, 그니까 종에가 물에 젖는 것처럼. 그런 거라고 생각해. 의지에 불타서 처음부터 너무 빡세게 하면, 정말로 강한 사람이 아닌 이상 금방 지쳐. 공부 시간은 조금씩 늘이는거야. 처음엔 12시간. 익숙해지면 13시간. 익숙해지면 15시간. 이렇게.
3월. 아마 미칠거야. 연애를 하는 애들도 많고, 대학생활을 즐기는 애들도 많고, 아니 뭐가 됐던 대부분 스무살을 즐기고 있지. 처음 맞는 성인의 해에 나도 이제 어른이 됬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젊음을 불태우고 있어. 정말 부러워 미쳐.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아오 이런 자괴감이 끝도 없이 들어. 진짜 다 때려치고 나도 놀고싶다는 생각이 한 두 번 드는게 아니야.
근데 난 이때 항상 머리속에 난 재수생이다 난 재수생이다 이렇게 끊임 없이 되뇌었어. 적어도 내가 한 선택이니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처음엔 공부를 도서관에서 하는 게 좋아. 도서관에 가면 꽤 재수생이 보이거든. 모두들 불타고 있건 좌절하고 있건, 초반이니까 어쨋든 다들 공부는 하고 있지. 도서관에서 재수생의 분위기를 익히는게 좋아. 처음부터 독서실에 가는 건 좋지않아. 대화를 못 하는 건 똑같아도 도서관에서는 사람들 얼굴이라도 볼 수 있거든.
4~6월 모의 까지.
이때는 애들이 되게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지. 재수 성공 의지로 불타거든. 5월에 슬럼프가 찾아오는 애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럭저럭 쉽게 이겨내더라고. 첫 시작인데 여기서부터 뒤쳐지면 안된다는 결심을 가져. 여기선 별달리 할말이 없다. 왜냐면 너도 열심히 공부할거야 분명히. 재수 분위기가 익숙해져있다면, 이때는 모두들 공부를 열심히 해 멍청이 아닌 이상. 그리고 서서히 외로움이 너를 감싸기 시작할거야. 말했었나. 독학재수는 외로움과의 싸움이라고. 정말로, 진짜로 외로워. 그리고 이때는 시간도 잘 안갈거야. 왜이렇게 수능날은 천천히 오나. 그래도 어쩔 수없어. 언젠가는 와. 그냥 공부해야돼.
6월모의후의 6월달.
되게는 성적이 올라있을거야. 모두들 재수성공의 꿈으로 희망에 가득차있지. 왜냐면 초반엔 다들 열심히 공부하거든. 반 이상은 작년 수능보다 훨씬 성적이 올랐을거야. 하지만 이때는 중요하지 않아. 단순히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 뿐이야 6월모의는. 성적이 낮게 나왔건, 똑같건, 많이 나왔건. 좌절하지도말고 자만하지도마. 모의고사는 모의고사고 그 중에서도 6월 모의고사는 수능을 결정하는 잣대가 되지 못해.
7월8월
제대로 된 슬럼프가 대부분은 이때 찾아오지. 공부를 놓아버리는 애들이 정말 많아. 나도 이때는 7~8시간 정도 밖에 하지 않았어. 근데 이것도 재수생 치고는 정말 많이 하는 거였거든. 덥고, 대학생들 부럽고, 자괴감 들고, 처음의 결심은 다 증발해버렸고, 스트레스 쌓이고. 여러가지 여건들이 널 미치게 만들거야. 정말로 욕나와 이때. 수능은 D-100이 다가오고 막상 돌이켜보면 그다지 한 것도 없는 것 같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계속 하는 놈이 이기는거야. 난 7월8월에 슬럼프를 안 겪는 놈을 거의 못봤어. 근데 이때 슬럼프를 이겨내는 애들은 모두 성공해. 물론 쉽게 이겨내질 못할거야.
정말 힘들거든. 신분도 없는 재수생. 애매모호한 20살. 가장 죷같을 때지. 난 지금도 이때 생각을 하면 끔찍해. 슬럼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뭐 영화를 보라, 책을 보라 이런 말들 많이 하는데 그래봤자 작심삼일이야. 완벽한 처방책이 되지 못해. 내 생각에 슬럼프를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공부하는거야. 아 공부안된다 욕하면서 공부를 해. 그럼 금방 다시 익숙해지고, 아 난 재수생이다. 공부가 내 직업이다 하고 그냥 공부를 하게 되는거지. 공부, 공부, 공부. 아무 것도 신경쓰지말고 공부만 신경써.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때 외로움의 절정을 보게 돼. 로빈슨 크루소가 왜 윌슨을 만들었는지 넌 격하게 공감하게 될거야. 만약 네가 이때 외롭지 않는다면, 넌 재수를 그다지 열심히 한 게아니야. 근데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없더라. 뭔 수를 써도, 외로워. 그냥 외로운채로 공부해야돼.
9월 모의, 그리고 그후.
뭐 별로 한것도 없는데 벌써 마지막 평가원 모의고사지. 이때 대부분 자신의 진짜 실력을 확인하게 되있어. 물론 그렇다고 좌절하지는 마.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야. 난 9월모의를 진짜 못봤었어. 6월보다도 낮았었거든.
그리고 이때부턴, 정말 공부에 미쳐야돼. 물론 어렵다는 걸 알아. 공부하다 운 게 이때거든. 난 공부하다 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진짜 너무 괴로웠어. 공부했는데 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난 어떻게 되는 건가. 내가 그동안 한 노력은 뭔가. 난 왤케 한없이 병신이 되고 마는 걸까. 모든 생각들이 다 나를 괴롭혔지. 근데, 어쨌거나 수능은 다가와. 그리고 이때부터 시간은 급격하게 세 네배로 빨리 흘러. 정말이야. 네가 인생에서 경험해본 적 없을 만큼 빨리 흘러.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지. 이때는 외로움도 익숙해지거나 이미 해탈해있지. 물론 외로운 건 변하지 않지만.
아 외롭구나. 그냥 외롭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돼. 네가 열심히 공부를 했다면 이때 정말 많은 걸 느낄 수 있을거야. 그리고 네가 성인이 됬다는 책임감을 절실히 느끼기도 하고. 수능은 정말로 순식간에 다가와. 아,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정말 금방와. 역설적이게도 일년 내내 논 애들은 일년이 길었다고 하더라. 일년 내내공부한 애들은 일년이 짧았다고 하고. 이때가 정말 중요해. 대부분 이때는 포기를 많이 하고 대충대충 공부하게 되는데.
이때가 성적이 제일 잘 올라. 말했지 내가 이때 16~18시간씩 계속 공부했다고. 이때 정말 난 내가 미친거 아닌가 의심했었어. 난 지금도 이때를 생각하면 대단하다고 느껴. 말 그대로 기계처럼 공부해. 수능은 금방 너에게 다가올거야.
수능이 끝나면 정말 허무해. 타임머신 타고 고3수능에서 이날로 온 것 같지. 일년이 말그대로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 그리고 네가 독학재수를 한다면, 그리고 열심히 한다면. 정말로 많은 걸 느낄 수 있어. 글솜씨가 두서없어서 읽기에 불편했겠지만 어쨌거나. 독학재수에서 싸워야 할 건 외로움과 네 몸뚱아리야. 정말 이 몸뚱아리 맨날 쳐 자고 싶다고, 놀고 싶다고, 쉬고 싶다고 개 지랄 발광을 떨어. 난 별 방법을 다 써봤어.
고무줄로 계속 손등을 때리기도 하고 꼬집기도 하고, 샤프로 찌르기도 하고. 모두 다 소용없더라.
의지가 최고야. 절대 안잔다 몸뚱아리야. 절대 안 논다 몸뚱아리야. 그냥 공부만 할꺼니까 말 쳐들어 이렇게. 외로움은, 사실 너무 강력해.
방법이 없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하는데, 어떤 미친놈이 외로움을 즐기고 자빠져 있겠어? 즐기는 건 불가능해. 그냥 외로워해야해. 사무치도록 외로울거야 아마. 근데 외롭지 않으면 넌 성공하지 못해. 정말 재수하는 동안 공부 말고는 모든 걸 다 거절해야돼. 놀자는 친구의 연락, 조금만 쉬고 하자는 마음속의 울림 등등. 난 일년 동안 딱 두 번 놀아봤어. 물론 밤에 술만 마신거지. 아 빠트린 게 있는데. 6월 모의까지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걸 추천하고, 그 이후부터는 독서실에 가. 외로운 건 똑같지만, 독서실에 가면 한층 더 외로울거야.
어둠속에서 전등 하나 켜놓고 완전히 단절돼있거든. 독서실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도 굉장히 비추천해. 시간을 꽤 뺐기거든. 난 알아서 왕따를 시켜주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그땐 참 죷같았어. 하지만 독서실에서 서로 친목질 하는 종자들은 아침부터 컴퓨터실에서 서로 놀거나, 점심시간도 서리 떠들면서 한 시간 넘게 보내거나. 어쨌든 서로 재수 죷같다고 얘기를 하다 보면 합리화를 하게 되는 것 같더라. 얘도 이런데, 나도 이래도 되겠지. 그 순간 넌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야. 절대 타협하지 말아야 돼. 이게 글로 써서 어려움이 느껴지기 어렵겠지만, 재수란 건 정말 어려운거야. 수능이 끝난 지금 주변을 돌아보면 수능을 성공했다고 말한 애는 나뿐이야. 성적이 올랐다고 하는 애들도 찾아보기 힘들지. 대부분 작년과 똑같거나 더 떨어졌어. 근데 그다지 나쁜 경험은 아니야. 끔찍한 경험이긴 하지만, 도움은 돼. 재수를 하면 정말로 많은 걸 얻을 수 있어. 인생에 대한 생각이나, 왜 사람이 겸손해야 하는지. 등등. 독학을 하면 철학자가 된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야. 정말 너무 힘들 땐, 한 번씩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도 추천해.
근데 슬럼프를 극복하려고 이런 걸 하지 말고, 널 독려하려는 의미에서 해야돼. 지금은 차이가 이해되지 않겠지만 아마 나중에 네가 겪으면 무슨 말인지 저절로 이해될거야. 되도록 책이나 영화는 인생에 관한 긍정적인 걸 보기 봐래. 아프니까 청춘이다, 행복을 찾아서 뭐 이런거 있자나.
네가 아직 재수를 할지 편입을 할지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난 재수를 추천해주고 싶어. 편입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안일한 생각에 빠지거든.
물론 재수도 나중엔 그렇지만, 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론 재수가 더 좋을 것 같아. 대학 물을 한 번 맛보면, 특히 일 학년 때는 안 놀기 어렵다고 하거든. 재수를 하면 일년이 정말 힘들어.
하지만 너만은 너를 응원해. 난 자기혐오가 심하지만, 그래도 끊임 없이 날 응원했어. 얼마 안 남았다 힘내라 이 병신아 하면서. 네가 이 글에서 얻을 수 있는게 별로 없을 거야 아마.
그래도 난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을 적었어. 화이팅 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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